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자들의 업무시간을 주당 최대 69시간으로 늘리는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경기도내 여성계가 저출생 문제와 직업여성 보육 환경을 심각히 저해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한다.

여성정책 전문가들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보육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져 ‘일·가족 양립’ 기조를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여성단체연합 이정아 대표는 14일 기호일보와 통화에서 "노동시간을 늘리는 건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노동시간이 늘어날 때마다 임신 확률이 떨어져 노동시간과 출산율이 반비례한다는 각종 통계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69시간 정책은 그나마 유지됐던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노동환경 퇴행이자 사용자 위주 정책"이라며 "10여 년간 수십조 원을 쏟고 해결하지 못한 출생률 문제에 오히려 불을 붙인 격"이라고 했다.

경기자주여성연대 이은정 대표는 "여성들은 퇴근하고 집으로 출근한다고 할 정도로 육아와 가사 병행이 벅차다"며 "정부는 노동시간을 늘리는 데 대해 저출생과 보육 문제는 부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윤 대통령이 보완 검토를 지시한 사안도 여성이 후순위로 밀려난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우려 목소리를 냈다.

정의당 경기도당 김민정 여성위원장은 "일주일에 69시간이라고 하면 6일 근무를 해도 하루에 11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 이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일만 하라는 이야기"라며 "출생률 저조는 돌봄 공공 영역이 부족해 출산 이후가 문제로 작용한다. 양육자들이 모든 시간을 일하는 시간으로만 채우면 아이는 낳지 말라는 뜻"이라며 철회를 주장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형옥 연구위원은 개편안이 노동시간 불규칙성을 가져오게 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 연구위원은 "여전히 여성들이 보육을 떠안는 실정에서 출퇴근과 돌봄 등 육아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한 이후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며 "노동시간은 가정 내 돌봄·보육시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부 취지대로 일이 많을 때 몰아서 근무하는 정책이 적용되는 직종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경기도 맞벌이가구는 2020년 기준 136만8천 가구로, 도내 전체 가구 43.1%를 차지한다. 정부의 개선안대로 노동시간이 개편되면 도 차원에서 저출생 문제를 개선하고자 추진 중인 ‘공공형 어린이집 운영 지원’, ‘일·생활 균형 지원 플랫폼 구축’, ‘경력단절 여성 취업 지원’ 사업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두고 장시간 근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부정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날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김민기 기자 mk1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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